스타트업 영업 백서 (4): ICP가 중심이 돼야 확장 가능하다
스타트업 영업 백서 3편에서는 세일즈 팀도 경험도 없는 스타트업 대표가 네트워킹을 통해 영업을 시작하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이전에는 HOW?에 대해서 말했다면, 이번에는 WHO?에 대해서 구체적으로는 ‘누구부터 만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해서 이야기해 볼게요.
순서
1. ICP 중심으로 ‘좋은 고객‘을 모셔야 확장할 수 있다
ICP(Ideal Customer Profile) 뜻
ICP란 우리 서비스 혹은 제품을 가장 잘 사용할 가상의 고객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 정의한 ICP(이상적 고객 페르소나)는 스타트업이 제품을 기획하고 잠재 고객을 만나는 기준이 됩니다. 따라서 스타트업 창업의 첫 단계는 “ICP” Ideal Customer Profile, 이상적인 고객 페르소나를 정의하는 것입니다.
많은 스타트업이 우리의 ICP는 어떤 일을 하고, 어떤 공간에서 누구와 함께 일을 하며,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계기와 필요로 인해 우리의 제품을 사용하게 될지를 상상해 보고 ICP의 프로필을 작성합니다. ICP를 정의했다면, 그 다음은 ICP의 조건을 바탕으로 실제로 우리가 만날 잠재고객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ICP가 모인 공간을 찾아 마케팅과 세일즈를 시작할 차례입니다.
ICP는 효과적인 비즈니스 방법론일 뿐만 아니라, 실전 세일즈에 적용되는 기준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첫 세일즈는 단순 매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가 제시한 가설을 검증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초기에 ‘누구를 고객으로 모시는지’가 비즈니스의 방향성 및 성장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비즈니스를 빠르게 확장하려면 ICP를 중심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고객을 우선해서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시장을 나눠서 분석하기
ICP를 구체화하려면, 먼저 시장을 나눠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STP(Segmentation, Targeting, Positioning) 전략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STP는 시장 세그먼트 전략으로, 시장을 세분화하고 그중에서 우리와 맞는 시장을 뾰족하게 타겟팅하고 포지셔닝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포지셔닝: 하나의 제품, 서비스, 혹은 기업을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특정한 이미지로 자리 잡게 하는 일, 또는 전략
제품과 서비스에 따라 다르지만, 극초기 제품은 뾰족해야 합니다. 아이스크림을 판다고 한다면, 달콤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초코맛을 좋아하지만, 칼로리가 높아서 걱정하는 다이어터를 위한 저칼로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컵’이 되어야 하죠.
특히 경쟁자가 있다면, 그에 따른 차별점을 강조하며 전략적으로 포지셔닝하며 시장에 진입할 때, 고투마켓(Go-to-Market, 시장 진입)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저칼로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컵’이 잘 된다면 그 다음엔 하드바 버전 혹은 딸기 맛 버전을 출시함으로써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칼로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컵’으로 유기농 간식을 찾는 맘카페를 타겟팅함으로써 초기 고객 확보에 실패한다면 다음 단계인 확장으로 나아가기는 어렵겠죠.
B2B 세일즈도 유사합니다. 다만 이상적인 기업, 제품을 사용할 실무진 ICP, 의사결정자 ICP의 조건을 각각 다르게 정의해야 합니다. B2B 비즈니스의 ICP 조건으로는 산업군, 매출 규모, 기업 규모, IT 성숙도, 비즈니스 모델 등이 해당합니다.
만약 잠재 고객을 만나기 전에 ICP 조건을 사전에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다면 이를 활용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스타트업이 잠재 고객이라면 혁신의 숲 혹은 The VC를, 특정한 직군이 타겟이라면 채용 공고를 볼 수 있는 채용 플랫폼 혹은 링크드인을, ESG 혹은 디지털 전환 같은 사내 프로젝트 추진 여부가 중요하다면 뉴스 기사 플랫폼 빅카인즈 혹은 ICP에 해당하는 기업의 뉴스룸을 이용할 수 있어요.
B2B 비즈니스의 ICP 조건 예시
- 기업 규모
- 산업군
- 매출 규모
- 투자 유치 규모 및 단계
- 의사 결정 절차
- 의사 결정 권한 부서 및 직책
- 비즈니스 모델
- IT 성숙도
3. 초기에 타겟팅할 ICP의 조건 설정하기
ICP 개념을 실제 세일즈에 적용하려면, 해당 조건을 체계적으로 나누어야 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환해야 합니다. 예컨대,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 ‘1개 이상의 다이어트 카페 혹은 커뮤니티에 가입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주관적인 의사는 확인하기가 어렵지만, ‘1개 이상의 다이어트 카페에 가입한 사람’은 정량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인 조건이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 제품에 대한 필요와 효과를 가장 크게 느낄 고객(ICP)을 뾰족하게 정의했다면, 해당하는 조건을 정량적으로 확인 가능한 형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정량적 조건이 있다면 이를 기준으로 ICP 체크리스트를 만들 수 있습니다. 조건을 많이 두기보다 가장 강력하고 뾰족한 조건 3~5가지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그 조건들에 집중합니다. 잠재 고객을 만나기 전, 혹은 만나면서 해당 조건을 충족하는지 질문을 통해 파악하고 해당 조건에 대해서 대화를 이어 나가 보세요.
그 대화 속에서 우리 제품의 포지셔닝과 가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백서 1편에서 말씀드린 4단계(문제, 가치, 비용, 수익) 중에서 문제와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입니다. 문제와 가치를 공유했다면 비용과 수익 단계로 나아가 구매력이 얼마나 있는지를 확인합니다. 물론 한 번의 미팅에서 모든 것을 확인하기 어려울 수 있기에 다음 미팅을 잡고 확인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렇게 비용에 대해서도 합의가 이뤄지면, 잠재 고객이 유료 고객이 되겠죠. 만약 우리의 ICP 조건을 충족함에도 불구하고 세일즈에 실패했다면 명확하고 꼼꼼한 회고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ICP 조건을 실제로 충족한 것이 맞는지, 그런데도 구매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세일즈 블로커가 무엇이었는지, 우리가 이를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기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러한 회고를 통해 미팅에서 고객을 설득하는 우리만의 논리 구조를 기반으로 한 세일즈 전략, ‘세일즈 플레이북’이 생겨납니다.
4. 가치를 정량화해서 비용을 설득하기
만약 문제와 가치까지는 같은 생각에 도달했는데, 비용이 설득이 되지 않았다면 가치와 가격을 정량화해서 숫자로 설득하고 있는지를 점검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의 가치를 정량화해서 보여주면 문제와 가치에 대한 대화를 가격에 대한 대화로 연결할 수 있급니다. 바로 제품의 기능과 효과를 보여주기보다 먼저 우리 제품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 상황과 관련된 부분의 가치를 고객과 함께 정량화해 보세요. 예를 들어 ‘저칼로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컵’을 판다면 다이어트 중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고 폭식하는 고객에게 ‘다이어트 중 폭식 때문에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있나요?’를 여쭤봅니다.
그리고 ‘폭식은 다이어트에 얼마나 방해가 되나요?’ ‘다이어트를 위해서 평소에 지불하는 비용이 얼마나 있나요?’를 여쭤봅니다. 평소에 고객이 소비하는 다이어트 보조제, PT 비용 등을 파악한 후, 폭식이 가져오는 악영향과 이를 방지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를 돈으로 정량화해서 설명합니다.
즉 “폭식을 1/2로 줄였을 때의 효과”를 숫자로, 금액으로 전달하는 것이죠. 문제 상황을 해결했을 때 잠재적으로 고객이 얻을 가치가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것이죠. 그렇다면, ‘저칼로리 초콜릿 아이스크림 컵’이 빵빠레보다 비싸더라도 그 가치를 정당화할 수 있겠죠. 그런데도 구매를 망설인다면 고객이 생각하는 가치는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인지 솔직하게 물어보고 이에 관해서 고민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영업은 가치를 전달하는 시작점입니다
세일즈 혹은 영업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세일즈는 비즈니스가 성립하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활동임에도 불구하고, 편견을 맞닥뜨리기도 합니다. 저는 세일즈가 우리 제품의 가치를 설득하고 궁극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하여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세일즈는 고객으로 하여금 이 제품의 가치를 믿고 돈을 지불할 결심을 내리게 하는 활동입니다.
막연할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저는 세일즈를 시도하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1억짜리 다이아몬드를 팔고 있는 것처럼’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창업자는 첫 영업을 시도하면서 때로는 문전박대에, 엔터프라이즈 영업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블로커들과, 부풀었던 기대가 풍선처럼 터지는 순간들에 좌절합니다. 하지만 우리 팀이 만드는 가치는 1억짜리 다이아몬드 그 이상일 것입니다. 그러나, 막상 잠재 고객 앞에서 영업맨이 된 대표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하지만 저는 대표라면, 창업자라면, 마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보석을 파는 사람과 같은 단단한 자부심이 어떤 세일즈 현장에서도 마음 속에 콕 박혀 있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세일즈는 참 어렵습니다. 특히 바이럴 물결을 타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기도 하는 B2C 서비스와는 달리 B2B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에게 세일즈, 영업은 비즈니스 성장의 핵심 요소입니다. 그러나 B2B 세일즈는 여러 관계자들을 설득해야 하고, 의사결정 과정도 복잡하기 때문에 참 어렵습니다. 미처 우리 제품의 가치를 ICP에게 제대로 보여주기도 전에 지난한 영업 과정에 지쳐 버립니다. 때로는 제품의 가설 검증을 제대로 해보지도 못한 채, 스타트업의 여정이 끝나기도 합니다.
그런 사례들을 보면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만들어진 제품이 세일즈가 되지 않아서, B2B 영업의 장벽을 깨지 못해서 제품이 빛을 보는 사례가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세일즈에 대한 편견을 허물고 싶었습니다. 세일즈가 낯선 창업자도 세일즈를 통한 비즈니스의 확장에 다가갈 수 있도록, 저의 경험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마음으로 같은 길을 걷는 대표님들을 위해, 스타트업 영업 백서 1~4편을 작성해 봤습니다. 세일즈를 처음 시작하는 대표님들에게 이 시리즈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도 함께 세일즈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고 배워나가고자 합니다. 다음으로는 초기 고객사 100곳을 확보한 이후, 매출의 폭발적인 성장을 위해 적용할 수 있는 방법론들과 사례를 스타트업 영업 백서 원투텐 시리즈로 공유해보겠습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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