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영업 백서 (2): 영업은 지불의사(WTP) 측정 수단이다
돈도 세일즈 팀도 없는 스타트업 대표의 전략
이전 스타트업 영업 백서 1편에서 스타트업 창업자라면 머리에 불 붙은 문제를 찾아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해 드렸습니다. 결국 가치는 문제 해결에서 발생하고, 가치의 크기보다 가격이 싸다면 고객은 돈을 지불합니다.
머리에 불 붙은 문제를 찾았다면, 다음으로는 내가 찾은 문제가 존재하는지 검증할 차례입니다. 문제를 검증하기 전까지 스타트업 창업자가 찾은 문제는 가설에 불과합니다. 가설은 어떻게 증명할까요? 답은 고객에게 있습니다.
스타트업은 높은 비전을 세우지만, 현실은 우아하지 않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현실에 발을 붙이고, 발에 불이 날 정도로 뛰어야 합니다. 불이 날 정도로 뛰어서 고객을 만나야 합니다. 얼리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이 할 일은 단 하나입니다. 바로 “Talk to Customers!”, 고객과 만나서 대화하는 일입니다. 지금부터 스타트업이라면 Talk to Customers해고, 고객으로부터 지불의사(WTP)를 측정해야 하는 이유와 방법에 대해서 말씀 드리겠습니다.
순서
일주일에 세 번 이상 고객을 만나고 있나요?
비즈니스캔버스는 현재 만 3년을 넘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가장 많은 시간을 고객을 만나는 데 씁니다. 지금까지도 하루에 최소 두 번 이상 고객을 만나고 있습니다. 초기 스타트업이라면, 특히 PMF(Product Market Fit)을 찾기 전 단계라면, 일주일에 최소 세 번 이상 고객을 만나야 합니다.
가설을 검증하고 PMF를 찾는다는 것은 우리가 포착한 문제가 실존하는 것인지 확인하고, 우리가 포착한 문제를 아주 깊게 이해하는 것입니다. 스타트업이 포착한 문제는 보통 미해결된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논문, 보고서, 기사에서는 스타트업에게 필요한 정보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리서치보다는 발로 뛰면서 고객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PMF를 찾기 위한 수많은 프레임워크가 있지만, 왕도는 없습니다. 스타트업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는 고객을 얼마나 많이 만나는지 ‘질’ 보다는 ‘양’에서 나오기도 합니다. 멋진 인사이트를 가진 특별한 소수를 만나기보다는, 일단 최대한 많이 만나는 것을 추천합니다. 때로는 Quantity 에서 Quality 가 나오기 때문입니다.
돈을 받는 세일즈는 최고의 ‘가설검증’ 수단입니다.
그렇다면 고객을 만나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다양한 ICP 인터뷰 프레임워크가 있습니다. 하지만 프레임워크에 압도 당하는 순간 고객과의 인터뷰는 미리 우리가 정해둔 답을 고객의 입에서 반복하게 만드는 시간 밖에 되지 않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런 실수를 많이 저질렀습니다. 유도 질문을 던지고서 고객을 모두 파악했다고 자만했습니다. 돌아보니 이것이 가장 큰 오산이었습니다.
‘세일즈’를 하면서 알게된 나의 실수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 만나는 사람은 우리의 ‘잠재 고객’입니다. 하지만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가설 검증 인터뷰에서 돈 이야기를 빼고 순수하게 제품 이야기만 합니다. 그리고 세일즈와 관련된 이야기가 없어야 좋은 답변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품 가격과 도입 이야기를 하면 속물적이지 않을까하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반대입니다.
우리는 결국 ‘팔리는’ 제품을 만들어야 합니다. 즉 잠재 고객이 추후 우리의 제품을 사야 합니다. ‘이 기능 좋은데요’ ‘이 기능 나오면 잘 쓸 것 같은데요.’라는 이야기는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은 ‘이 기능 나오면 당장 돈 내고 쓸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는 사람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에게 가설 검증 인터뷰는 잠재 고객의 특정한 문제를 해결해줬을 때 잠재 고객이 돈을 지불하고 우리의 고객이 될 것인지를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가설검증 방법론: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과 WTP(Willingness to pay)
구글 최초 엔지니어링 디렉터였던 알베르토 사보이아가 비즈니스 설계와 검증의 방법론에 대해 쓴 <아이디어 불패의 법칙(2020)>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잠재 고객들의 반응을 ‘적극적 투자 지표’로 정리해보면, ‘훌륭한 아이디어네요’, ‘한 번 해봐’, ‘나라면 살 것 같은데?’ 등의 의견은 모두 0점에 불과하며, 실제로 ‘돈’을 지불할 때 그 점수를 책정하는 게 맞다는 것이죠. 이 점수들을 기반으로 시장이 원하는 ‘될 놈(the right product)’을 찾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첫 번째 가설검증: 100명을 만나다
지난해 4월, 비즈니스캔버스는 첫 웨비나를 했습니다. 기대보다 너무 많은 분들이 들으러 오신 덕에 기뻤습니다. 참여자가 100명을 넘어가자 줌 수용 가능 인원이 초과되어 그 다음주에 앵콜 웨비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후기가 쏟아졌습니다. ‘왜 우리 웨비나를 좋아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이유가 궁금해서 한 달에 백 명을 만났습니다. 오전 여덟시부터 열시까지 한 시간 단위로 빽빽이 미팅을 채운 토요일이 네 번 반복됐습니다.
그리고 물어봤습니다. 비즈니스캔버스 웨비나에 들어온 분들은 대부분 스타트업 창업자였습니다. “창업가로서 지금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요?” 사전 질문과 스크립트를 없애고 오롯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공통적인 문제는 두 개였습니다. 대부분 돈 아니면 사람이 문제였습니다. 투자 유치 그리고 팀 빌딩 이 두 가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습니다. 많은 스타트업 창업자들을 만나며 초기 스타트업 창업자의 욕심, 불안, 희망, 좌절 모든 것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모든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 스타트업 창업자에게 “머리에 불 붙은 문제”가 무엇인지 찾았습니다. 그들에게 머리에 불 붙은 문제는 ‘런웨이 계산’, ‘투자자 설득’, ‘3개년 추정 재무제표’였습니다.
문제를 더 구체적으로 그리고 본질적으로 파고들자 잠재 고객의 입에서 먼저 “만약 지금 만들고 계신 제품이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면, 제가 돈 내고 써봐도 될까요?”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우리가 만든 제품을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잠재 고객의 문제 상황을 파고들었습니다. 고객은 수단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은 문제 해결이라는 End Result를 원합니다. 앞선 글에서 설명한 대로, 고객의 머리에 불 붙은 문제는 고객의 주머니를 열게 한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리캐치입니다.
고객은 제품이 아니라 우리 팀에게 반한다
이때 저는 스타트업 B2B 비즈니스에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고객은 우리 제품이 얼마나 멋지고 쿨한 제품인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이전에, 우리가 자신의 문제를 정말 해결해줄 것인가를 궁금해합니다.
초기인 만큼 제품은 조금 부족하더라도 팀의 진심을 정했습니다. ‘이렇게 진심인 팀이라면 진짜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느낌을 전하자 제품을 보여드리기도 전에 잠재 고객분들께서 지불 의사(WTP)*를 보여주셨습니다. 제품의 성숙도가 부족하다고 의기소침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혹시라도 고객에게 제품이 부족하다면, SI 기업이 된 것처럼 커스터마이징을 해서라도 고객의 문제 해결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최대 지불 의사 WTP란?
*WTP 뜻: WTP(Willingness to pay, 최대 지불 의사)는 개인이 제품이나 서비스에 지불할 의사가 있는 최대 금액을 의미합니다. WTP는 기업이 최적의 가격을 설정하고 소비자 선호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고객의 WTP는 제품의 VP(가치 제안), 소비자의 소득, 사용 가능한 대체 옵션, 개인 선호 등의 영향을 받습니다.
스타트업 대표의 영업은 당연합니다.
제품의 성격에 따라서 PLG(제품 주도 성장, Product-Led-Sales)와 SLG(세일즈 주도 성장, Sales-Led-Sales) 중 어떤 전략이 더 유리한지는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팀이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 단계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대표가 세일즈를 주도하는 파운더 리드 세일즈(Founder-led sales) 단계입니다.
초기 팀의 제품은 부족합니다. 그것을 스스로 인정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세일즈를 멈출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제품이 부족한 상태에서 대표는 무엇을 팔아야 할까요? 바로 꿈을 가진 창업자 당신을 팔아야 합니다. 그리고 발로 뛰어서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것이 창업자가 지켜야할 원칙인 ‘Do things that don’t scale’입니다.
스타트업이라면 랜딩 페이지를 아무리 잘 만들어도 오가닉 유입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랜딩페이지만 만들고 고객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됩니다. 파운더인 대표가 먼저 다가가야 합니다. 그리고 고객의 문제를 이해해야 합니다. 표면적인 문제 상황을 넘어 이면에서 고객이 겪는 욕구와 불편함을 느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함으로써 감동을 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나의 유료 고객을 유치합니다.
100명의 무료 사용자보다 한 명의 유료 고객
따라서 저는 극초기 스타트업이라면 100명의 무료 고객보다도 한 명의 유료 고객을 더 신경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 명의 유료 고객은 우리 솔루션의 그리고 우리 팀의 존재 이유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유료 고객이라면 매달 1만원을 지불하는 고객보다 10만원을 지불하는 고객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10만원을 내는 고객은 우리 제품이 해결해주는 문제의 가치가 10만원보다 크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렇다면, 이 고객보다 문제를 덜 심각하게 느끼는 사람에게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팔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만원을 내는 고객들로부터 10만원을 낼 고객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확장을 고민하는 단계는 우리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는, 작고 명확한 버티컬 시장을 장악하고 난 다음의 단계입니다. 그리고 그 확장의 단서는 첫 유료 고객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명확한 ICP(이상적인 고객 프로필)을 중심으로 소수의 좋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고도화 해야 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게시물에서 자세히 설명 드리겠습니다.
세일즈는 WTP 가설검증 수단입니다.
스타트업 대표가 하는 세일즈의 핵심은 지불 의사(WTP)가 있는 소수의 고객에 집중하고 지불의사(WTP) 가설을 검증하는 것입니다. 실제 유료 고객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지불 의사를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만약 이런 기능이 있다면 얼마를 지불하실 건가요?’, ‘당연히 대표님은 나중에 무료로 사용하실 수 있게 해 드릴 예정인데, 만약 구매하신다면 얼마에 구매하셨을 것 같아요?’라고 지불의사 WTP를 물어보세요. 그러면 인터뷰로는 안 보이던 것들이 보입니다. 우리 제품의 가치와 우리가 나아가야할 시장이 느껴집니다. 이것이 바로 ‘파운더 세일즈’가 스타트업에게 최고의 가설 검증 수단인 이유입니다.
제품의 기능 개발도 고객 중심으로 이뤄져야합니다. 많은 팀들이 만들기 쉬운 기능부터 혹은 만들고 싶은 기능부터 개발합니다. 하지만, 철저히 고객이 원하는 기능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프라이싱 플랜이나 티어 플랜도 고객의 지불의사 WTP를 기반으로 계획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WTP 개념과 함께 돈을 받는 대표의 파운더 세일즈는 초기 스타트업에게 최고의 가설검증 수단이라는 점에 대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중요성은 이해했는데, 막상 어떻게 세일즈를 시작할지 막막하게 느껴지시나요? 네트워크가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 대표님들을 위해 SNS 사용법부터 투자자와의 소통법까지, 다음 글에서는 스타트업 파운더 세일즈 백서 3편, 네트워크를 활용해 기회를 만드는 법에 대해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 파운더 세일즈 백서 모아보기
스타트업 영업 백서 (1): 창업의 본질은 문제 찾기
이번 편: 스타트업 영업 백서 (2): 세일즈는 최고의 WTP 가설 검증 수단이다
스타트업 영업 백서 (3): 대표의 네트워크로 잠재 고객을 만나는 법
스타트업 영업 백서 (4): ICP를 중심으로 고객을 확보해야 확장이 가능하다